코바코, 연수원 매각 고육지책… '크로스미디어렙' 희망 될까

감정가 973억… 24일 매각설명회
이재명 대통령, 크로스미디어렙 공약
문체부 반대·부처 이해관계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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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코바코 연수원. /코바코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로 적자가 누적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감정가 약 1000억원의 연수원을 매각하기로 했다. 코바코는 경영 악화 해소를 위해 인터넷, 모바일 광고도 판매할 수 있게 법적 제한을 풀어 달라고 요구해 왔는데 대선 기간 이를 약속한 이재명 정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5일 코바코는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연수원 매각을 위한 설명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1984년 설립된 코바코 연수원은 건물 6동과 수영장, 테니스장 등을 갖춘 36만여 제곱미터 넓이로 감정가는 973억원이다. 유람선 모양의 건물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고 김수근 건축가의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수 희망자들을 위한 매각설명회는 2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2012년 공영방송인 KBS와 MBC, EBS 방송광고만 판매 대행을 할 수 있게 법이 바뀌면서 코바코는 매년 100억원 이상 적자가 쌓였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코바코만 방송광고 판매 대행을 독점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이후 SBS가 자체 미디어렙을 만들어 코바코 매출은 3분의 1 가까이 떨어져 나갔다. 종편이 성장하고 모바일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 6월에는 32개 공기업 중 다른 1곳과 함께 경영평가 최하 점수인 E등급을 받기도 했다.

자산 매각이나 임금 동결 외에는 경영을 개선할 여지가 적은 탓에 코바코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광고를 지상파 광고와 결합해 판매할 수 있는 ‘크로스미디어렙’ 도입을 요구해 왔다. 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 때부터 여야 모두 발의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업무계획에 포함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정책공약집에서 크로스미디어 광고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부처 사이 이해관계 조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 코바코가 문체부에서 방통위 산하 조직으로 변경되면서 광고 업무를 두고 방통위와 갈등해 왔다. 문체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관리하는 정부 광고를 비롯해 코바코 기능까지 통합한 기구를 문체부 산하에 두는 광고산업진흥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정부조직법에는 광고 산업 분야가 문체부 소관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문체부는 크로스미디어렙 법안에도 반대해 왔다.

방송사가 직접 광고를 판매할 수 없고 대행을 거치게 한 미디어렙 제도는 광고주가 방송사에 직접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막고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됐다. 크로스미디어렙 법안이 도입되면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를 지역 방송사 광고와도 결합해 판매할 수 있어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지역 방송사의 재원 마련에도 도움이 될 거란 전망이 있다. 광고주가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를 내려면 지역 방송사의 광고시간도 함께 구매하도록 강제돼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2025년 경영평가 결과를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코바코가 또 최하 등급 평가를 받으면 서울시 양천구의 한국방송회관과 중구 프레스센터 고층부 등 부동산 매각을 비롯해 추가적인 경영 감축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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